리처드 도킨스의 ‘눈 먼 시계공’(책에는 ‘눈먼 시계공’이라고 되어있는데 ‘눈’과 ‘먼’을 띄는 게 맞는 것 같다)을 드디어 다 읽었다. 2주 쯤 전까지 한참 재밌게 읽다가 두어 장을 남겨두고 잠시 한 눈을 팔았더니 금방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그래서 다시 맘 잡고 읽었더니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책의 중후반까지 책의 가장 중요한 내용인 진화론의 자연 선택에 의한 적응적 복잡성을 설명하고 있고, 마지막에 부분은 다른 경쟁 이론(이라고 쓰고 ‘경쟁상대도 안되는 이론’이라고 읽음)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진화론이 가장 합리적이며, 실제로는 적응적 복잡성을 설명하는 유일한 이론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진화론 자체에 대한 설명은 (비록 내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흠잡을 곳 없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하고 설득력 있는 예를 들어가며, 또한 일반인을 위한 책답지 않게 상당히 정교한 논리로 무장했지만 무척 읽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번역도 상당히 좋고 역주도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게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내용 중에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인간과 문어의 눈을 비교한 것과 박쥐의 ‘반향 위치 결정’에 대한 소개였다. 또, 점토의 진화의 예를 들어 최초의 생명체에 대한 설명을 소개한 것도 아주 흥미로웠다.
뒷부분의 분류학에 대한 이야기나 기타 이론에 대한 공격은 사실 좀 따분하다. 이 책이 1986년도에 처음 나온 것을 감안하면, 그 당시에는 여전히 첨예한 논쟁이 있었던 것 같지만, 아마 지금은 라마르크주의자나 돌연변이주의자인 생물학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그 중에서도 가장 설득력 없는 이론을 믿는 창조론자는 여전히 존재하는 게 상당히 안타깝긴 하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진화론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진화론에 대해서 공부한 건 고등학교 생물 시간이 마지막이었고, 거기서도 별로 많은 것을 다룬 것 같진 않다. 고등학교나 그 이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번역은 2004년에 처음 나왔지만… 그 유명한 ‘이기적인 유전자’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은 아주 훌륭한 책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훌륭한 학자에 훌륭한 저술가이기도 한데 거기에 매우 멋진 점은 공격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다. 물론 공격적으로 글을 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조중동 찌라시 논설위원들같은 놈들 처럼), 논쟁을 피하지 않으며 도킨스처럼 자신의 주장에 대한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정확하게 이해하고 논리적인 주장으로 그러한 글을 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제 ‘The God Delusion’을 읽어야겠다. :)


DEET 보느라 일반생물학에 나오는 진화론 다시 공부해야 했는 데, 궁금하면 가르쳐 줄께;
뭐 동강을 추천해 줄 수도 있고.
이기적인 유전자도 회사 다닐 때 읽었다는..
The God Delusion은 나는 아직 못 봤는 데, 리처드 도킨스씨가 찍은 다큐멘터리는 봤어. 제목은 ‘BBC – The Root of All Evil (Richard Dawk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