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부음(訃音)

5월 21st, 2010 by Leave a reply »

오늘 인터넷으로 야구를 보고 있었는데 간만에 한 친구가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느닷없이 같은 동아리 1년 후배였던 녀석이 과로로 죽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몇 주 전에.. 그 녀석 홈페이지를 찾아가 보니 어느 순간 이후로는 글이 끊겨 있고 마지막 글에는 다른 사람들이 녀석을 떠나 보내는 글귀만 가득했다.

그 녀석은 나와 나이는 같지만 학교를 1년 늦게 들어왔고 내가 학부 중간에 병특을 가느라 함께 동아리 생활을 했던 날은 1년 남짓 되었던 것 같다. 처음 동아리에 들어왔을 때부터 말도 잘하고 뭔가 똘똘해보이면서도 프라모델이나 코스프레 따위에 심취해 있던 독특한 친구였다. 또, 항상 자신감에 차 있었던 것 같고 말도 많은 외향적인 녀석이었지만 술은 잘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도 그 녀석도 동아리 방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지만 선배들과 친했던 만큼은 친해지지 못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같은 나이지만 선후배 관계였다는 게 조금 걸림돌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함께 동아리방에서 라그나로크 게임을 미친듯이 하고 몇 시간씩 보드게임도 하고 밤이면 야식도 자주 시켜먹고 했던 게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리고 나서 병특을 다녀오는 동안 동아리가 유지되지 못해서 학교로 돌아온 이후로는 별로 만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종종 지나가다 마주치면 사는 얘기는 조금씩 하곤 했다. 그렇게 내가 석사 마칠 때 까지는 종종 봤었다. 언제나 msn에 접속해 있었지만 내가 딱히 메신저든 전화든 사람들한테 연락하는 성격이 아니라 그냥 박사과정 잘 하고 있구나 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소식을 갑자기 접하니 마음이 심란하다.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었고 결혼식을 불과 몇 주 앞둔 상태였다고 한다. 혹시 녀석의 다른 흔적이 있을까 싶어 검색해보니 그 여자분의 블로그가 검색됐다. 매일 슬픔을 참으며 써내려간 최근 글들을 읽어보니 내가 알고 있었던 녀석의 모습은 정말 빙산의 일각이었고 전혀 알지 못했던 모습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너무나 안타깝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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